패션기업, 유해물질 안전관리 손놓고 있어선 안돼
공산품 안전관리법 입안 예고 서둘러 대책 세워야
기업, 공무원 인식부족  법 개정안 입안 쉽지 않아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은 6월 26일 가정용 섬유(패션포함)제품 안전관리 체계 개편 및 피부간접접촉 섬유제품에 대한 안전요건을 추가하는 내용의 품질 경영 및 공산품 안전관리법(기술표준원 공고 제 2009-0178호)]인 섬유제품 안전기준안을 입안예고 했다. 이번 개정안은 섬유패션제품에 대한 안전관리대상 유해물질인 포름알데히드(일명 포르말린 혹은 폼알데하이드)와 다이메틸푸마레이트 등을 추가했다.  자율안전 확인대상 품목이였던 속옷, 침구류 등 접촉성 섬유제품을 안전ㆍ품질표시 대상품목으로 관리 전환하며 중의류, 외의류, 양탄자에 대해서도 유해화학물질 안전요건을 추가한 것이다. 기술표준원의 [품질 경영 및 공산품 안전관리법] 안전기준안 입안예고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중국에서 모피 가공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 중소기업 경영자의 노력과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신퍼사(SHIN FUR SA)라는 회사를 경영하는 신수용 사장이다. 일부 모피업체와 패션기업들은 그가 괜히 잠자고 있는 모피의 [포름알데히드] 가공 문제를 들춰내 온 나라를 시끄럽게 했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 그는 할말이 많았다. 본지는  SHIN FUR SA 신수용 사장을 만나 그의 주장을 들어 보았다.(편집자주)

■기술표준원의 [품질 경영 및 공산품 안전관리법] 안전기준안 입안예고가 나왔다. 그동안 줄기차게 모피의 [포름알데히드]가공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해 왔는데  이제 만족하는지..
-참 어려고 힘든 과정입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싸움이죠. [포름알데히드]로 가공된 중국산 모피를 수입해 오는 모피업체들은 담합해 이 문제를 덮으려고만 했습니다. 모피조합 등이 나서 포름알데히드 모피의 가공이 별 문제 없는 것인냥 주장하고 공무원들도 심각성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지난번 여러 차례의 공청회에서도 모두 저를 공격했습니다.

■이번 입안 예고에 지난번 공청회에서 제기된 문제들이 반영됐습니까
-어느정도 반영됐습니다. 가죽으로 표기 했는데 가죽에 모피가 포함된다고 합니다. 공청회를 전 후해 모피업체와 패션업체들의 반발은 물론 당시 기술표준원 공무원들의 반응도 차가웠습니다. 언론 보도가 나가고 금방 될 것 처럼 해 놓고는 지지부진 이였습니다. 여러번 기술표준원에 질의서를 보냈습니다. 최근 당시 법안을 추진 했던 공무원들이  다 바뀌고 새로 담당자가 왔고 지난 6월 26일 입법 예고가 된 것입니다. [패션저널]의 보도가 큰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최종 입법화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볼 것입니다.

■[포름알데히드]로 가공된 모피는 어떻게 국내로 수입됩니까?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포름알데히드]로 가공된 모피를 수출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여전히 [포름알데히드]를 사용한 모피 가공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중국산 모피는 99%가 [포름알데히드]로 가공했다고 보면 됩니다. 최근 방영된 KBS 소비자 고발 프로에서 중국 모피 가공 공장의 실태가 상세하게 방영됐는데 그것을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이렇게 가공된 모피를 우리나라 모피 프로모션 업체들이 무분별하게 수입합니다. 당연히 세관에서는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습니다. 법으로 정해 놓지 않아 샘플 검사도 못합니다. 국내에 시판되는 모피 소재에는 거의 다 [포름알데히드] 가공을 했다고 보면 됩니다.

■[포름알데히드] 모피 가공의 유해성을 언제 부터 알게 됐습니까.
-1975년에 독일 BASF의 살라(Schalar)라는 기술자와 일본 니치로 모피 회사 공장장 출신인 야마쟈키라는 기술자가 저의 공장에서 함께 근무를 하였는데 이들로 부터 [포름알데히드]를 사용하면 안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유럽에선 이미 오래전에 이 가공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사실도 알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1970년대 중반 부터 모피사업을 시작함과 동시에  [포름알데히드] 가공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후 환경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포름알데히드] 모피 가공을 개선시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포름알데히드]는 엄청나게 위험하고 인체에 유해한 물질입니다. 영화 괴물에서 미군이 한강에 버리는 화학물질이 바로[포름알데히드]아닙니까. 옛날에 시체를 썩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용한 것도 [포름알데히드(포르말린)] 입니다. 중국 모피 가공 공장에 가 보면 근로자들이 [포름알데히드]가 뭔지도 모르고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모피 가공 공장에서 근무한 근로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암이나 생리불순, 각종 피부병, 알 수없는 불치병 등에 걸려 고생하는 것을 제 눈으로 목격 했습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치병이 얼마나 많습니까. 이것이 [포름알데히드] 때문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또 아니라고 말 할 수도 없지 않습니까. 선진국들이 왜 이 [포름알데히드] 사용을 금지 했겠습니까.

■모피 가공업을 하시는 분이 [포름알데히드] 모피 가공의 유해성을 폭로했는데다 본인이 직접 가공하는 모피 가공에는 [포름알데히드]물질이 없다고 주장하니 오해가 있을수도 있겠는데요.
-그럼 누가 [포름알데히드]가공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겠습니까. 이 문제는 모피 가공 전문가가 아니면 제기하기 어렵습니다. 의사가 의료 분쟁에 심판관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소비자들이나 공무원들은 모피 가공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합니다. 모피를 사용하는 패션업체들도 마찬가집니다. 전문 언론에서 떠들고 KBS같은 공영 방송에서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방영해도 그때 잠깐 개선하는 척 하다 이내 귀찮다며 제자리로 돌아가는게 지금 대한민국 패션업계의 현실입니다. 제가 모피 가공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포름알데히드] 모피 가공의 심각성을 잘 알게 된 것 입니다. 의사가 의료업에 종사 하니깐 의료사고를 밝혀 낼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포름알데히드]모피 가공의 유해성을 소비자는 물론 패션업체나 공무원 아니면 중국 가공공장 경영자나 근로자들이 과연 제기 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수십년간 모피 가공에 종사하면서 이 문제를 알게 됐고 그때부터 [포름알데히드]를 사용하지 않고 모피를 가공하는 기술을 익혀 왔던 것입니다. 저를 모함하는 이들은 제가 마치 제 사업을 크게 키워 보려고 [포름알데히드] 문제를 들고 나왔다고 공격하는데 이것은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입니다. 물론 중국의 모든 모피 가공업체가 [포름알데히드]를 사용하지 않는 가공기술을 몰라 저 한테 오더를 전부 가져 온다면 저야 큰 돈을 벌겠지요.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한 것입니다. 중국이 어떤 나라입니까? [포름알데히드]의 유해성을 알고 중국 정부가 수출 금지 조치를 내려도 여전히 그대로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제가 떠든다고 고쳐 지겠습니까? 저는 다만 국내 패션업체들 만이라도 중국에서 [포름알데히드]로 가공한 모피를 수입해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지요. 중국의 어떤 업체에 오더를 줘도 됩니다. 중국 가공업자에게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되지 않도록 모피를 가공 하라고 한마디만 하면 되는 것을 안하고 있다는 겁니다. 전적으로 저한테 모피 가공을 하라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이제 [품질 경영 및 공산품 안전관리법]이 적용되면 많은 것이 달라 지지 않겠습니까?
-글쎄요. 우리나라 패션업체들이 너무 무관심합니다. 대기업 패션업체인 제일모직만 안전마크를 단다고 나설 뿐 다른 기업들은 손 놓고 있습니다. 제일모직도 [포름알데히드]모피 문제로 한번 홍역을 치루었기 때문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LG패션이나 코오롱패션 같은 대기업 패션업체들이 심각성을 깨닫고 적극 대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패션기업이 손 놓고 있습니다. 만약 [품질 경영 및 공산품 안전관리법]이 입법 예고한 대로 발효된 뒤 소비자가 모피가 들어간 패션 제품을 구입 시험 검사를 의뢰해 규정 이상의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되면 그 회사는 문을 닫아야 할 지도 모릅니다. 소비자들이 안 하면 소비자 단체들이 나서서 할지도 모릅니다. 이미 만들어 백화점과  매장 등에 출시된 제품에 리콜 조치가 내려지면 그 파장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제발 미리미리 대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리콜 조치 같은 것이 무서워서 대책을 세울 게 아니라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서 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포름알데히드]의 위험성을 과소 평가하면서 '국민들은 모르는 게 약이다'는 식으로 덮어 버리려는 것은 범죄 행위나 다름 없지요.

■법이 시행되면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있습니까?
-우리나라에서 법을 만들었다고 다 되는 것 봤습니까?. 얼마든지 피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중국산 모피를 수입할 때 샘플만 테스트 받아 규제를 피하고 실제는 [포름알데히드]로 가공한 모피를 그대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패션업체들이 강력하게 모피 프로모션업체와 중국 가공업체에 [포름알데히드]가공을 하지 말도록 요청해야 합니다. 백화점 등 유통업체들도 패션업체에 강력히 요청해야 합니다. 그런데 중국 기업 보다도 우리 기업들이 쉬쉬 하면서 그냥 넘어 갈려는 성향이 더 강합니다. 패션업체들이 기업 윤리 차원에서 확고 부동하게 이 문제를 못박고 실천해 나가지 않는다면 법은 종이조각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국민의 건강을 먼저 생각하는 패션업체들의 기업 철학이 우선돼야 합니다. [패션저널] 같은 전문언론에서도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지켜봐 줄 것을 부탁드립니다. [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 조영문 기자 ⓒ세계섬유신문사]